<p></p><br /><br />지난 1월 11일은 그의 50번째 맞는 생일이었습니다. <br> <br>하지만 가족과의 저녁식사도 미룬 채 일과시간 후에도 경찰서에 남아 사건 관련 CCTV를 돌려봤습니다. <br> <br>그리고 밤 11시가 넘어 귀가하던 길, 그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쓰러져 세상을 떠났습니다. <br> <br>서울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강력팀장이던 박성수 경위의 얘기입니다. <br> <br>얼마전 인사혁신처는 박 경위의 순직을 인정했습니다. <br> <br>그는 평소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. <br> <br>"우리가 범인을 잡으면 사람을 구하고, 놓치면 또다른 피해자가 나온다." <br> <br>박 경위 같은 사람이 있기에 우리는 경찰을 '민중의 지팡이'라고 부릅니다. <br> <br>그런데 이 '민중의 지팡이'란 의미를 의심케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. <br><br>Q1. 층간소음 문제로 불거진 살인미수 사건 얘기입니다. <br>조금 전 리포트에서 경찰의 신변보호 대응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, 이 사건에서도 경찰의 대응이 논란이네요?<br> <br>지난 15일 오후 5시쯤, 인천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. <br> <br>4층에 살던 40대 남성이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아랫집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렀는데, <br> <br>60대 가장을 비롯해서 일가족 3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. <br> <br>특히 목부위를 크게 다친 아내는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입니다. <br> <br>문제는 사건 당시에 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피해 가족들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있었지만,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겁니다. <br><br>Q2.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? <br><br>경찰관들은 아랫집 현관문을 발로 차는 등 난동을 피우던 피의자를 일단 4층 자택으로 올려보낸 뒤에 <br><br>피해상황을 듣겠다며 남성 경찰관은 신고자인 60대 가장과 빌라 밖으로 이동했고, 여성 경찰관은 아내, 그리고 딸과 함께 범행현장인 빌라 3층 복도에 있었습니다. <br><br>이 때 흉기를 챙겨 다시 3층으로 내려온 피의자가 아내와 딸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는데, 여성 경찰관은 현장에서 흉기난동 장면을 보고도 범행현장을 이탈했다는 게 논란의 핵심입니다. <br><br>경찰은 "여성 경찰관이 1층으로 내려간 건 무전으로 지구대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면서 남성 경찰관을 부르기 위해서였다"고 해명했습니다. <br><br>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. <br><br>Q3. 경찰관이 범행현장을 이탈한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을까요?<br> <br>빌라 밖에서 남성 경찰관과 얘기를 나누던 60대 가장은 아내와 딸의 비명소리를 듣고 곧바로 3층으로 뛰어올라갔습니다. <br> <br>하지만 경찰관 2명은 지구대에 추가 인력 지원을 요청한다면서 또다시 시간을 허비했는데, 이 사이 공동 현관문이 닫혔고, 출입 비밀번호를 모르는 경찰관들은 이웃들이 현관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. <br> <br>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범인은 이미 60대 가장에 의해 제압된 상태였습니다. <br> <br>아무리 훈련을 받은 경찰관도 흉기를 든 피의자와 맞닥드리게 되면 긴장을 할 수 있습니다. <br> <br>하지만 60대 평범한 가장이 살인미수 피의자를 제압할 때 출동 경찰관들은 무엇을 했냐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. <br><br>Q4. 현장 대응 매뉴얼이라는 게 없는 겁니까?<br> <br>있습니다. <br> <br>매뉴얼의 제목이 "모든 피의자는 불시에 공격할 수 있다"입니다. <br><br>현장상황을 알 수 없는 경우엔 피습상황을 가정해서 권총과 테이저건, 방탄·방검복을 준비하고 용의자를 발견하면 한명은 정면에서, 나머지 한명은 측면이나 후방에서 접근하라고 돼 있습니다. <br><br>특히 용의자가 흉기를 소지했을 경우엔 권총이나 테이저건, 가스분사기, 삼단봉 등을 사용해서 제압하라는 내용이 있는데, 이번 사건의 경우엔 출동 경찰관들이 권총과 테이저건, 삼단봉을 소지하고 있었음에도 가장 중요한 범행현장을 이탈하면서 매뉴얼은 무용지물이었습니다. <br><br>Q5. 피해자 가족들은 경찰의 부실대응에 대해서 또다른 의혹을 제기했다면서요? <br><br>논란이 확산되자 인천경찰청은 청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, "소극적이고 미흡한 사건 대응에 사과드린다" "철저한 감찰조사를 통해 해당 직원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"고 밝혔습니다. <br><br>하지만 가족들은 "사건 이후 경찰이 가족들을 회유하고 협박했다"는 또다른 의혹을 제기했습니다. <br><br>Q6. 경찰이 2차 가해를 했다는 거예요?<br> <br>출동 경찰관들의 부실대응을 문제삼자 경찰 측이 <br><br>"여성 경찰관이 1층으로 내려가서 지원요청을 빨리 했기 때문에 구조도 빨라진 것"이라면서 "의식불명에 빠진 피해자가 돌아가시지 않은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으라고 말했다"는 게 가족들의 주장입니다. <br><br>현재는 출동 경찰관 2명만 대기발령 조치된 상태입니다만, 감찰을 통해서 가족들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엔 관련자들의 추가 징계를 비롯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.<br> <br>매뉴얼이 있으면 뭐하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. <br> <br>사건을 보다, 최석호 기자였습니다.